회사원 김씨는 퇴근길에 탄 버스에서 교통카드 잔액이 부족한 걸 알게 됐다.
가지고 있던 현금은 어제 모두 사용하는 바람에 지갑에는 한 푼도 없었다.
어찌할 바를 모르던 순간 같은 팀 사원 이씨를 발견했고, 다행히 김씨는 돈을 빌려 버스를 탈 수 있었다.
김씨는 다음 날 빌린 돈을 갚았다.

김씨는 급전을 빌렸다. 
은행이나 증권사와 같은 금융회사들은 급전이 필요할 때 어디서 빌릴 수 있을까? 

예금을 맡긴 기업이나 개인이 갑자기 돈을 찾으려 할 때 금융회사도 일시적으로 자금이 부족할 수 있다. 
물론 금융회사가 금고에 돈을 충분히 쌓아두면 별문제가 없겠지만, 그 대신 가계나 기업에 돈을 빌려주고 받을 수 있는 이자를 포기해야 한다. 
즉, 금고에 여유자금을 무한정 쌓아두면 기회비용이 발생하는 것. 
그래서 금융회사가 여유자금에 따른 기회비용을 줄이고 급전이 필요할 때 돈을 빌리고 갚을 수 있도록 ‘단기금융시장’이 만들어졌다.

금융시장은 금융상품의 만기(통상 1년)를 기준으로 단기금융시장과 장기금융시장으로 나뉜다. 
단기금융시장은 통상 만기 1년 이내 금융상품이 거래되는 시장으로 콜(Call) 시장, 환매조건부매매(RP) 시장, 양도성예금증서(CD) 시장, 기업어음(CP) 시장 등이 해당된다. 
장기금융시장은 주로 정부, 기업 등이 1년 이상의 장기자금을 조달하는 시장으로 사람들에게 익숙한 주식시장과 채권시장이 해당된다.

단기금융시장은 중앙은행의 통화정책과도 매우 밀접하다.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결정하면 신문과 방송에 크게 보도되는데, 이는 금융시장뿐 아니라 실물경제에 미치는 영향이 크기 때문이다. 
기준금리가 실물경제의 각 부문으로 파급되는 시발점이 단기금융시장이다.

기준금리의 파급 경로에 대해 알아보자.
만약 한국은행이 기준금리를 인하하면 가장 먼저 단기금융시장 금리인 콜금리가 하락한다. 
한은이 정책 수단을 통해 콜금리가 기준금리 수준을 크게 벗어나지 않도록 유도하기 때문에, 금융회사들은 기준금리 수준에 맞춰 콜 거래를 하게 된다.
콜금리 하락은 다른 단기금융시장 금리에 영향을 준다. 금융회사들이 금리가 저렴한 곳에서 자금을 차입해 보다 높은 수익을 제공하는 금융상품에 투자하는 과정에서 여타 시장금리도 떨어지기 때문이다. 
결국 한은이 결정한 기준금리는 단기금융시장 금리를 시작으로 여타 시장금리를 순차적으로 변동시키고 기업의 투자비용에도 영향을 준다.

이처럼 단기금융시장은 금융회사가 단기자금을 조달해 운용할 기회를 주고 중앙은행의 통화정책이 실물경제로 파급되는 역할을 한다. 
따라서 단기금융시장이 내실있게 발전하지 못하면 통화정책의 효과가 떨어지는 지고, 외부 작은 충격에도 불안 요인이 금융시장 전체로 전이될 수 있다.

글로벌 금융위기 이전 금융회사들은 콜시장에서 주로 담보 없이 신용으로 하루 만기의 자금을 빌렸다. 
2008년 리먼브러더스 파산으로 세계 금융시장이 하락하기 시작하자 국내 단기금융시장 거래량도 급히 감소했다. 
파산할지 모르니 쉽게 돈을 빌려주지 않으려 했던 것.  
단기자금에 과도하게 의존한 일부 증권사가 돈을 구하지 못하자, 보유 중인 채권을 헐값에 내다 팔아 채권시장까지 영향을 받았다. 
결국 한국은행이 유동성을 공급하면서 시장은 안정을 되찾았으나, 이로인해 단기금융시장의 불균형이 경제 전체의 혼란으로 이어질 수 있다는 사실을 체감할 수 있었다.

이에 한국은행은 정부와 함께 단기금융시장의 안정과 효율을 높이기 위해 노력한다. 

+ Recent posts